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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 비발디 초기작부터 슈니트케 협주곡까지 듣는 경험
관리자
조회수 : 178   |   2019-09-09

 

 

 

팀프 앙상블의 연주

현대의 음악 감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여전히 하나의 앨범을 소장해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파편화된 음악 조각들을 저마다의 취향에 맞게 혹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재배치된 형태로 감상한다. 장르나 시대의 구분 없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당연하다. 필자는 좋아하는 노(老) 피아니스트의 젊은 시절 라이브 영상을 보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광고송부터 강제로 감상해야 하는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영적 체험을 묘사한 고전의 선율이 코믹한 ‘짤’과 한 몸이 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따라 유영한다. 이러한 시대의 풍경 앞에 음악가와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 TIMF(팀프) 앙상블의 ‘콘체르토 그로소(사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듯했다. 합주 협주곡을 테마로 삼은 이번 음악회는 연주 수준 역시 훌륭했지만, 그에 앞서 프로그램 자체에 큰 의의가 있었다. 합주 협주곡이라는 양식을 확립한 비발디의 초기작 Op.3-11과, 수백 년의 음악사에 주요하게 기록된 재료들을 거칠게 혼용한 혁신적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합주 협주곡 1번(1977)을 배치했다. 아시아의 신비로운 소리 역사를 탐닉했던 클로드 비비에의 ‘지팡구’(1980), 자신의 과거작(1998)과 흥미로운 대화를 시도한 케네스 푹스의 2009년작을 함께 선곡했다.

 

 

 

 

 이날 무대는 최근 번역 및 출간된 에드워드 사이드 ‘경계의 음악’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사이드는 ‘과거’를 꾸준히 검토함으로써 문화적 현재를 구축해갈 수 있다고 썼다. 음악의 단면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이고 몇몇 음악가 외에는 아무도 음악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 이 위기적 상황을, 오히려 과거를 향해 열린 문을 통해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팀프 앙상블의 이날 연주는 ‘오늘’의 음악을 확장하는 귀한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에 연주된 슈니트케의 곡이었다. 에너지 충만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사람으로 치면 다중 인격과 같은 이 작품을 연기하듯 극적으로 펼쳐 보였고, 지휘자 홍석원은 이러한 흥미로운 스토리에 영상미를 더하듯 풍부한 사운드를 리드했다. 18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팀프 앙상블의 활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당장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옅게 반짝이는 미래의 음악 유산을 이날 연주자들과 청중이 함께 만들어낸 셈이다. 오는 11월과 12월, 팀프 앙상블은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을 주목하는 프로그램을 연다. 

 

음악칼럼니스트

 

 

출처: 문화일보 기사 원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4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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