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 :
2023-06-10· 시간 :
3PM & 7:30PM· 장소 :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 문의 :
통영국제음악재단 055-650-0400· 티켓 :
20,000원· 소요시간 :
60분
PROGRAM
Mauricio Kagel - Rrrrrrr… (1981) *excerpt
6 Stückefür zwei Schlagzeuger
8 Stückefür Orgel
5 JazzStücke für Klarinette, Violine und Klavier
ARTISTS
연출: 심설인
음악감독: 김도윤 문종인
안무: 박상미
TIMF앙상블Ensemble TIMF
아트프로젝트보라Art Project BORA
어느 날, 작곡가 마우리치오 카겔(Mauricio Kagel)은 이런 장면을 떠올렸다.
『백과전서 혹은 과학, 예술, 기술에 관한 체계적인 사전』의 필자이자 편집자였던 장 르 롱 달랑베르가 ‘R’ 항목 페이지를 펼쳐두고 잠든 모습.
그리고 거기서 새어 나오는 코 고는 소리(Rrrrrrr…). 드니 디드로의 책 『달랑베르의 꿈』에 영향을 받아 떠올린 장면이었다.
글-신예슬
카겔이 누군가의 코고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음악들을 작곡했다면…
‘카겔은 그 꿈속에서 어떻게 유영했을까?’ 라는 상상으로부터 그의 음악을 표현하고자 했다.
‘나는 꿈속에서 무엇도 될 수 있다.’
나는 오늘의 어느 순간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훌륭한 댄서가 되고,
나른한 오후에 햇살을 받으니 온 몸이 액체처럼 녹아내리고 사람들이 날 찾을 수 없으니 실컷 돌아다닐 수 있겠다.
늘 카프카가 날 변신시켜주길 바랬것만!
나는 지하철에서 보았던 신문의 현상금이 걸린 용의자가 되기도 하고, 신문의 활자가 갑자기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상사로 변해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무서운 활자가 다시 자리를 잡으면 나는 또 다른 세계의 지하동굴에 들어가 탐험을 시작한다.
이 시간 안에서의 질서는 없다. 시간의 흐름, 순서, 규칙도 없다. 내가 어제 티비에서 봤던 멋진 배우가 나와 대결을 펼칠 때에는 꿈이지만 온몸에 털이 다 쭈뼛 설 정도로 긴장감이 흐른다. 꿈이라는 걸 알아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치 낭떠러지에서 마지막 순간 롤러코스터의 하강을 느끼는 짜릿함처럼.
에측불허한 꿈은 현실과의 괴리감에 오히려 즐거움과 흥분을 건낸다.
자꾸만 꿈 꾸고 싶다. 누군가를 아주 가까이서 몰래 관찰해 보기도 한다. 저 멀리 현실에서 나를 깨우는 소리들도 들려오지만 깨고 싶지 않다.
아! 오늘은 소리가 되어볼까?
나는 오늘도 또 꿈을 꿔야지.
연출 심설인